끄적끄적

2022년 12월 21일 건강일기

AAROH 2022. 12. 21. 14:30

2022년 12월 21일 수요일, 오늘은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다

건강검진 시즌이다보니 사람이 몰리고 대기를 오래해야할 것 같아 일찍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러다가 늦겠구나 싶었다

원래는 7시반까지 갈 생각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눈앞에서 버스도 놓쳤다...

에이 뭐 좀 늦게 가지 뭐~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천천히 움직였다

 

건강검진은 다온건강검진센터에서 진행했다

역에서 건강검진센터까지 거리가 꽤 있어 미끄러운 길바닥을 조심조심 걸어 겨우 도착했다

도착한 건강검진 센터에는 해가 채 뜨지 않은 어둑한 아침부터 사람들로 넘쳐났다

오랜 대기시간이 예상됐다(흑흑)

그렇게 검진복으로 갈아입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검진을 받았다

내가 받은 검진항목은 이렇다

1. 심전도, 동맥경화 검사

2. 갑상선, 복부, 전립선 초음파 검사

3. 청력검사

4. 시력검사, 신장, 몸무게, 허리둘레 측정

5. 소변, 채혈 검사

6. 안압, 안저 검사

7. 수면 위내시경

8. 뇌 CT

9. 폐 CT

이 정도만 생각난다

 

국가에서 출생년도 홀짝에 따라 진행하는 건강검진과 비교하면 되게 세밀한 검진항목들이었다

대학생 때, 같은 과 동기랑 같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는 뭐 하는 것도 없고

CT나 MRI 그런걸 찍을 줄 알았는데 고작 해봐야 젤바르고 하는 초음파가 전부였다

그땐 '건강검진 별거 없구나' 싶었는데, 이번에 받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렇게 뽈뽈뽈 돌아다니며 검진을 다 받고서는 나와보니 오전 10시쯤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같은 팀 신입사원분은 3시간 반 정도 걸렸다는데 나는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렇게 센터를 나와서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길래 시그니처 초콜릿 따뜻한 걸 하나 시켜서

푹신한 자리를 찾아 앉고 유튜브를 보며 점심시간까지 시간을 떼웠다

(회사 들어가기 싫어서 ㅎㅎ)

그러다가 피곤해서 졸기도 하고ㅋㅋㅋㅋㅋㅋ

사랑하는 애인이랑 전화통화도 하고.

 

그러다가 대뜸 02로 전화가 오더라?

후후콜 어플을 쓰고 있어서 전화를 받지 않아도 어디서 걸려오는지 확인이 되는데

내가 검진 받았던 다온건강검진센터에서 온 전화인거였다

그래서 '뭔 일이지...? 나 뭐 빼먹었나..?' 싶었다

전화를 받고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고서는 센터직원분께서 그러시더라

 

뇌 CT 결과가 빨리 나와서 저희가 확인해봤는데,
뇌종양 소견이 보여서요
혹시 근처에 계시면 빨리 와보시겠어요?

 

라고 말이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그 느낌...

무슨 느낌인지 그때 알았다

 

정말 딱 저 말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가슴에서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일단은 마침 센터 근처에 있었으니, 5분 내로 가겠다고 말씀 드리고 바로 카페를 나섰다

그리고서는 도착해서 잠시 대기했다가 센터의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했다

나의 뇌 CT 영상을 보면서.

설명하시길,

뇌는 좌뇌, 우뇌가 대칭이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 보시면 여기 가운데에 뭔가 이상하죠?

대칭도 아니고, 혹같은게 있는 것처럼 생겼잖아요?

이 부분이 의심이 되는건데... 뇌종양이거나 뇌혈관이 엉켜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정밀검사를 최대한 빨리 받아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서 급하게 연락을 드렸다

라고 하셨다

 

내가 봐도 이상했다

나도 생물을 배웠고, 뇌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안다

뇌는 좌우 대칭이어야 하는데, 뭔가 있다....

있어서는 안될게 있는것 같다는 느낌이 한번에 들었다

그리고는 선생님께서 크기 얘기를 해주시는데

무려 3센치란다

3센치....

3센치가 작은 크기같겠지만, 뇌에서 3센치면 꽤 큰 사이즈라고 생각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실신을 몇 차례 한 적도 있었고, 잦은 두통으로 고생해왔다

사실 두통이 잦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두통이 잦다고 생각하려면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인간의 두통 횟수를 누가 평균적으로 계산한 통계가 없으니

내가 잦은건지 드문건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실신을 약 5차례 정도 겪었을 때에는, 중학교 때 받았던 부정맥 소견의 영향이라 생각하여 20대 후반에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 심혈관 정밀검사를 진행했었다

심장초음파, 24시간 심전도검사(홀터검사 라고도 한다) 등등...

그때의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근데... 그때 심장내과 의사선생님께서 그러셨다

'심장엔 이상이 없어보이는데, 실신을 그렇게 자주 했으면 뇌 검사도 받아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

근데 난 안믿었다

의학에 대해선 좆도 모르면서 의사가 말하는거 무시하고 그냥 심장문제일거다, 검사에서만 안나온거다 라고 간과했다

그렇게 나는 뇌에 알 수 없는 무언가를 3센치가 될 때까지 키운거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더니...


 

여하튼...

그렇게 센터에서 대학병원과 컨택해서 정밀검사예약을 잡아주겠다고 한다

나는 그 와중에도 집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가겠다고, 강동경희대병원과 강동성심병원을 네이버지도에서 검색했다ㅋㅋ

그렇게 고덕동의 강동경희대병원으로 예약을 잡았고

날짜는 내일, 2022년 12월 22일 오전 11시다

(30분 미리 도착해있어야 한단다, 고로 10시반까지다)

 

다만 걱정은, 조직검사를 진행할텐데 뇌 조직검사는 두개골에 동전크기의 구멍을 낸단다...

그럼 내 머리를 연다는건데....

이게 가당키나 한건가.........

내 예상보다 너무 일이 커지고 심각해지는 것 같다....

그럼 내 머리숱은 어떡하냐고

 

이 소식을 나의 사랑하는 애인에게 전했다

너무나도 고맙게도 애인이 걱정을 많이 해줬다

하지만 난, 오히려 애인이 걱정이었다

애인은 나보다 더 잦은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고, 나와 마찬가지로 타이레놀을 달고 살고 있다

어쩌면 나보다 더 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애인은 병원을 무서워한다

그래도 어쩔수없다

내가 데려가야지

나는 빨리 죽어도 삶에 여한이 없지만, 애인은 오래 살고 싶어한다

아픈 몸으로 오래 살면 고통스러우니,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줘야지

그래서 애인 건강검진을 시켜줄거다

근데 건강검진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다ㅎㅎ...

(할부노예해야지 뭐...)

 

그리고나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안받더라

그래서 누나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앗차 싶어서 급하게 끊었다

이걸 알리는게 맞을까....?

왜 드라마에서 암 진단을 받고 비밀로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안돼서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고민을 했다

말해야하나...

.....

....

...

'엄마 저 오늘 건강검진 받았는데 뇌종양이래요'

말을 하면서 울컥했다

난 안무서울 줄 알았는데, 안무서운 척 하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두고 떠나는건 아닐까 지레 겁이 나더라

그래도 꾹 참고 덤덤하게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그냥 정밀검사 받을거고 걱정말라고

별거 아니라고

그리고 누나하고 아빠한텐 얘기하지 말라고

그렇게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다시 보니 누나한테 카톡이 와있더라

뭔일이냐고

그래서 잘못걸었다고 했더니 깜짝 놀랬다고 그러더라ㅋㅋㅋㅋ

 

암튼 오늘은 뭔가 싱숭생숭한 날이었다

지금은 회사에 앉아서 월급을 루팡하며 이 블로그를 쓰고 있지만, 모르겠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 지.

 

내일 정밀검사를 받고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그럼 그 때 또 보자

다들 건강하고!

좋은 하루 되기!!